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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보는 심야괴담회[꼬까신]심야괴담회 2021. 5. 27. 23:58
이번 이야기는 인천에 사는 48세 조유정 님의 사연입니다.
유정 씨의 사촌동생의 이야기인데 사촌동생분을 편의상 경희 씨라 부르겠습니다.
때는 1983년, 경희 씨네 가족은 경상도의 한 작은 농촌 마을에 살았습니다.
그 작은 시골마을에는 어린아이라고는 딱 3명뿐이었습니다. 7살 정숙이, 5살 영선이 그리고 6살 경희까지 셋다 여자인 데다가 또래다 보니 엄청 친했고 정숙이네 집 옆에 영선이네 영선이네 집 옆에 경희네가 딱 붙어있어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옆집으로 달려가서 함께 놀았습니다.
이 세 친구가 가장 즐겼던 게 바로 고무줄 놀이였습니다.
두 친구들은 고무줄 양끝을 잡고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희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마을 사람들이 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던 그해 여름 장마철이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쏟아졌습니다. 장마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니 매일 만나던 친구들은 온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장마가 된 지 딱 9일 되던 날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습니다. 경희 씨는 비가 멈추자 신이 나서 친구들을 모아 논두렁으로 달려가 논두렁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논에는 농수로가 있었고 농수로 위쪽에는 수문이 있었는데 어른들은 비가 많이 와서 여기서 비가 더 내리면 수문이 터질 수도 있으니 물을 미리 빼놓아야겠다 싶어서 아래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애들아 위험하다 얼른 비켜라 물 내려간다!"하고 외쳤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세 친구는 얼른 논두렁 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올라오다가 그만 정숙이의 운동화 한 짝이 농수로에 빠졌습니다. 정숙이는 울면서 "신발 잊어버리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방방 뛰다가 어른들이 수로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에 농수로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순간 농수로로 달려가는 정숙이를 못 보고 어른들이 수로를 열어버렸고 일주일 이상 계속되던 장마에 불어난 많은 물이 맹렬히 내려와 정숙이는 물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마을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정숙이의 어머니는 울고 계시고 마을 사람들은 물길 따라서 정숙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정숙이는 보이지 않았는데 몇 시간을 찾아 헤맨 끝에 정숙이를 찾은 곳은 물길 따라 이어진 옆동네에 있는 저수지였습니다. 그 물길이 끝나는 곳에서 정숙이는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경희는 물에 휩쓸려간 정숙이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남아서 엄마와 같이 겨우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자 다시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영선이의 집에서 큰소리가 들렸습니다. 무거운 마음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영선이 어머니가 영선이가 잘 자고 있나 살피러 갔는데 분명히 밤에 자러 들어갔던 영선이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번엔 영선이를 찾아서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라진 영선이를 발견한 곳은 정숙이가 발견된 저수지 그 위치 그대로 영선이가 익사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잘 자고 있던 5살짜리 아이가 한밤중에 멀리 옆동네의 저수지에서 발견되었다는 게 너무 이상한 마을 사람들은
"아무래도 정숙이가 영선이를 데려간 것 같아" 라며 수군거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경희의 어머니는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 바로 경희를 데리고 용하다는 무당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무당집 문턱을 넘기도 전에 무당이 말했습니다.
"죽어! 네 딸 비 한 번만 더 오면 죽는다고"
그 말을 들은 경희 어머니는 무당에서 울고불고 매달리며 사정했습니다. 그러자 무당이 경희에게 한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대답하지 마.. 절대로 네 친구들이 와서 널 불러도 절대로.. 절대 대답하면 안 돼" 그리고 한쪽으로 엄마를 데려가서 조용히 뭔가를 말해주셨습니다. 경희 엄마가 무당집을 나와서 경희 손을 잡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보고 사색이 되어서 경희를 끌고 집으로 서둘러갔습니다. 빗방울은 밤이 될수록 새 차 게 내리기
시작했고 그날 밤 경희 방에 엄마와 딸이 나란히 누워서 "경희야 불러도 절대 대답하면 안 돼" 등을 토닥이며 말하는 엄마에 말에 잠이 들려던 그때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경희 씨는 잠에서 깨고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경희야 놀자.. 경희 언니.. 빨리나 와"
문밖에서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은 대답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경희는 6살 어린아이였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고 그 순간 갑자기 경희의 몸이 방문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경희는 바닥에서 끌려가지 않으려 몸무림을 쳤지만 자꾸만 방문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자 자고 있던 엄마를 애타게 불러보았지만 엄마는 아무리 불러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경희와 엄마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경희는 가슴을 움켜쥐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속에 불덩이가 들어온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경희의 귓가에는 친구들의 노랫소리와 빨리 나오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가슴을 꺽꺽 되면서 방문 쪽으로 질질 끌려가던 경희가 등 뒤에 방문이 닿는 순간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한참을 지난 후에 일어나 보니까 엄마가 경희의 몸을 사정없이 주무르고 있었고 경희가 눈을 뜨자 경희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경희는 엄마가 갑자기 우니가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했습니다.
"엄마 근데 아까 정숙이 언니랑 영선이가 와서 와서 내가 나가려고 했는데 근데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못 나갔어"
하고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엄마가 깜짝 놀라서 경희가 입고 있던 옷을 풀어헤치고 아까 가슴 쪽 통증이 느껴졌던 그곳쯤 옷 안에 덧댄 작은 천을 열어보았고 그 안에 부적 하나가 들어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부적은 낮에 갔던 그 무당 집에서 준 것이었습니다. 무당은 옷에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이 부적을 넣은 다음 경희에게 입히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엄마는 부적을 보고 무언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서 방문을 열어 밖을 확인하더니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인형이 사라졌네..."
낮에 이 무당이 엄마를 한쪽으로 데려가 해준 말이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딸의 속옷을 입혀둔 다음에 그걸 방 문고리에 걸어두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형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이 인형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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