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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쓰는 심야괴담회[할머니의 선물]심야괴담회 2021. 5. 30. 22:27
송파구에 사는 이나라 씨가 보내주신 공모작입니다.
이 이야기는 공포보단 신비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나라씨는 어릴 적부터 친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폐지를 판돈 천 원 이천 원을 모아서 세탁기 밑에 숨겨두셨는데 7명의 손주 중에 나라씨가 집에 오면
그 돈을 다 꺼내다가 나라씨 에게만 손에 쥐어줄 만큼 손녀를 많이 사랑하셨습니다. 거기다가 나라씨의 부모님이 맞벌이 부부 셔서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시다시피 해서 나라씨에게는 할머니이기도 하지만 엄마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라씨가 11살 되던 해 할머니가 처음으로 꿈에 나왔습니다. 꿈속에서의 할머니는
"나라야 밥 잘 먹고 잘살아" 이렇게 말하시곤 꿈에서 깼는데 나리씨의 부모님이 어린 나라씨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보러 가자 라고 데려간 곳이 장례식장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끼시던 손녀의 꿈에 나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셨습니다.
나라씨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자랐는데 나라씨가 9년이 지나 20살이 되던 해 할머니가 꿈에 나왔습니다.
나라씨가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나갔더니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나라야 우리 산책 가자" 할머니의 말에 너무도 반가웠던 나라씨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사뿐사뿐 할머니의 걸음걸이는 다리가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사뿐사뿐 걷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나라씨가 궁금해서 할머니 왜 그렇게 걸어?라고 물어보려던 찰나에 갑자기
할머니가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차 밑으로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라씨가 놀라서 사람들을 말리서 차 밑을 봤더니 할머니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나라씨가 "거기서 뭐해 위험해 빨리나 와"라며 소리치니 할머니는 쓰윽 다시 차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사뿐 거리는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라씨의 집 바로 앞에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 하는데
"아가 난 여기를 건널 수가 없어 너 혼자 가야 해 그리고 이건 선물이야"라고 말하시며 검정 봉지를 건네셨습니다. 그 안에는 날생선 서너 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생선을 받고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오며 꿈이 끝났는데
꿈에서 꺤 나라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할머니의 꿈이 반가웠지만 꿈 내용이 이상해서 무슨 꿈일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아버지가 퇴근하신 후 집에 오셨는데 방에 있는 나라씨의 귀에 들릴 정도로 거실이 시끌시끌 해졌습니다.
나라씨가 무신 일인지 나가보았더니 아버지가 퇴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오는데 새끼 길고양이가 졸졸졸졸 쫓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길고양이에다가 아직 새끼라 본능적으로 사람을 피할 것인데 그 새끼 고양이가 아빠를 따라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조금 따라오다 돌아가겠지 하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새끼 고양이는 현관까지 따라와 문 앞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고양이 울음소리가 마음에 꽂혀서 아버지는 결국 새끼 고양이를 집까지 데려 들어오셨고 나라씨가
"얘 데리고 들어오면 어떡해!"라고 말하려던 찰나 갑자기 나라씨는 이 모든 상황들이 신기해졌습니다.
'할머니가 9년 만에 꿈에 나타났는데 이 새끼 고양이가 갑자기 집으로 찾아왔어' 그래서 꿈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데
할머니가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던 모습 사뿐사뿐 걸어가던 모습에 나라씨는 '할머니가 환생해서 길 고양이로 사셨구나'
그리고 '할머니는 보도를 못 건넌다고 하셨고 이 고양이는 아빠를 따라서 횡단보도를 건너왔어'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빠에게 가서 "아빠 이 고양이를 본 횡단보도가 마트 앞에 있는 횡단보도야?"라고 물어보니 아버지는 "맞아"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곳은 나라씨가 꿈속에서 할머니 헤어진 그 횡단보도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라씨는 "이 새끼 고양이가 고양이로 살다 간 할머니의 새끼구나" 환생한 고양이로써의 두 번째 삶은 마감하면서 자신의 아들인 아버지께 새끼 고양이를 맡기고 나라씨에게는 생선을 주면서 잘 부탁한다는 뜻인 것 같다고 생각한 나라씨는 그 고양이를 삼촌이라 부르며 지금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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